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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는 왜 CPU보다 AI에 적합할까? GPU와 CPU의 근본적으로 다른 점

ChatGPT 같은 AI를 돌리는 데 왜 GPU가 필요할까요? GPU는 원래 게임 그래픽용 부품이었는데, 어쩌다 AI 시대의 주인공이 됐을까요. 답을 한 줄로 먼저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AI 계산은 단순한 연산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반복하는 일인데, GPU가 정확히 그런 작업에 맞게 설계된 칩이기 때문입니다.CPU는 소수 정예, GPU는 대규모 군단가장 큰 차이는 코어의 개수와 성격입니다.CPU는 코어가 보통 8~64개 정도입니다. 대신 코어 하나하나가 매우 똑똑해요. 복잡한 조건 분기를 예측하고, 명령어 순서를 알아서 재배치하고, 큰 캐시 메모리를 갖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오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만능형 코어예요.GPU는 코어가 수천~수만 개입니다. 대신 코어 하나는 단순합니다. 분기 예측 같은 ..

반도체 이야기 2026.09.06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10강 (마지막): 수율과 통계 — 반도체 산업의 진짜 승부처

드디어 Series 3의 마지막 강의입니다. 1강에서 이런 계산을 던져두고 "10강에서 제대로 다루겠다"고 했었죠.스텝당 성공률 99.9% × 1,000 스텝 = 0.999¹⁰⁰⁰ ≈ 37% 오늘 그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면, 이 강의가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물리답지 않은" 강의가 될 거예요. 오늘 나오는 건 밴드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확률 분포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주제를 공부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보는 눈이 한 번 더 바뀌었어요. 학부 때는 "좋은 소자를 설계하는 게 실력"이라고 생각했고, 공정을 배우면서 "잘 만드는 게 실력"으로 바뀌었는데, 수율을 알고 나니 "통계를 관리하는 게 실력" 이더라고요. TSMC와 다른 회사의 격차가 기술 격차라기보다 수율 격차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9강: 패키징 — 후공정이 최전선이 된 이유

8강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어요."칩을 어떻게 더 작게 만들까"에서 "칩들을 어떻게 더 가깝게 붙일까"로. 오늘 그 이야기입니다. 먼저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학부 때 패키징을 거의 공부하지 않았어요. 커리큘럼에서도 마지막 주에 한 시간 정도 다루고 끝났고, "칩을 플라스틱으로 감싸고 다리를 붙이는 조립 공정"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실제로 오랫동안 업계에서도 후공정은 저부가가치 영역으로 취급됐어요. 전공정은 선진국이 하고 후공정은 인건비 싼 곳에서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엔비디아 GPU의 가격과 공급을 결정하는 병목이 TSMC의 CoWoS 패키징 capacity이고, SK하이닉스가 HBM으로 메모리 시장 판도를 뒤집었어요. 최신 반도체 뉴스의 상당수가 사실 패키징..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8강: BEOL — 배선이 병목이 된 시대

1강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최신 공정에서는 BEOL이 FEOL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어렵다." 오늘 그 복선을 회수할 차례입니다. 솔직히 배선은 매력적인 주제가 아니에요. 트랜지스터는 양자역학이 나오고 밴드 다이어그램이 나오는데, 배선은 그냥 전선이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숫자 하나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최신 칩의 배선을 전부 이어 붙이면 길이가 수십 km입니다. 손톱만 한 칩 안에 수십 km의 전선이 15층으로 접혀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 칩 성능의 발목을 잡는 건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이 전선들입니다.1. 왜 배선이 문제가 되었나 — 스케일링의 비대칭이게 오늘 강의의 출발점입니다. 트랜지스터와 배선은 작아질 때 정반대로 반응해요. 트랜지스터는 작아지면 좋..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7강: 박막 증착 — 원자 한 층씩 쌓는 기술

지금까지 3~4강에서 그리고, 5강에서 깎고, 6강에서 심었어요. 오늘은 쌓는 차례입니다. 박막 증착(deposition)이에요.이 공정을 얕보기 쉬운데, 숫자로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1강에서 칩이 60~80장의 마스크로 만들어진다고 했죠. 그 각 층마다 뭔가를 쌓아야 하고, 하드마스크·스페이서·배리어·라이너 같은 보조막까지 세면 한 칩에 수백 개의 박막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막들의 두께가 원자 몇 층 수준인 경우가 많아요.오늘 강의의 큰 질문은 이겁니다. "5강에서 본 종횡비 100:1짜리 구멍, 그 안쪽 벽에 균일한 두께로 막을 입힐 수 있을까?" 페인트칠을 생각해 보세요. 지름 1m, 깊이 100m 우물의 벽면 전체에 똑같은 두께로 페인트를 칠하라는 요구입니다. 위에서 뿌려서는 절대 안 되죠..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6강: 도핑 심화 — 이온 주입과 어닐링의 딜레마

1차 시리즈 3강에서 도핑을 배웠어요. 5족 원소를 넣으면 n형, 3족을 넣으면 p형이 된다는 개념이었죠. 그리고 9강에서 "요즘은 이온 주입을 쓴다"고 한 줄로 넘어갔습니다. 오늘은 그 한 줄을 제대로 펼칠 차례입니다. 시작 전에 솔직한 감상 하나. 저는 이 공정을 처음 배울 때 "이거 완전 입자가속기 아닌가?" 싶었어요. 불순물 원자를 이온화해서 수십~수백 keV로 가속해 웨이퍼에 총알처럼 박아 넣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박아 넣으면 당연히 실리콘 결정이 부서지죠. 그래서 다시 열을 가해 결정을 복구해야 하는데, 열을 주면 애써 정확한 위치에 심은 불순물이 퍼져나가요. 정확히 심으려면 부수고, 부순 걸 고치려면 퍼지고. 오늘 강의는 이 딜레마와의 싸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1. 확산에서 이온 주입으로..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5강: 식각 — 플라즈마로 원자를 깎아내는 기술

4강까지 오면서 노광으로 패턴을 "그리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건 아직 포토레지스트 위의 그림일 뿐입니다. 실제 재료에 그 모양을 새겨 넣어야 회로가 되죠. 그게 오늘 주제인 식각(Etching) 입니다.솔직히 저는 공정 공부하면서 식각을 한동안 과소평가했어요. "노광이 예술이고 식각은 그냥 파내는 거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3D NAND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직경 100nm짜리 구멍을 10μm 깊이로, 그것도 옆으로 한 치도 안 벌어지게 수직으로 뚫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종횡비로 치면 100:1이 넘습니다. 지름 1m 우물을 100m 깊이로 파는데 아래위 지름이 똑같아야 하는 셈이에요. 오늘 그 세계를 봅니다.1. 습식 식각 — 왜 미세공정에서 밀려났나먼저 가장 단순..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4강: 사진식각 심화 ② — 멀티패터닝과 EUV, 한계를 우회한 20년

3강 마지막에 계산 하나를 남겨뒀죠.193nm × k₁(0.25) / NA(1.35) ≈ 36nm193nm 액침 노광의 물리적 한계가 36nm입니다. 그런데 산업은 2010년대에 이미 20nm, 14nm, 10nm 공정을 양산했어요. EUV는 2019년에야 상용화됐고요. 그 사이 10년 가까이, 36nm짜리 도구로 그보다 훨씬 작은 걸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오늘 강의는 그 트릭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이야기는 "우아한 물리"보다는 "처절한 공학"에 가까워요. 인류가 물리 법칙을 이길 수 없을 때 어떻게 우회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1. 발상의 전환 — 한 번에 못 그리면 나눠 그리자레일리 기준의 진짜 의미를 다시 봅시다. R = k₁λ/NA는 "한 번의 노광으로 그릴 수 있는 최..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3강: 사진식각 심화 ① — 빛으로 나노를 그리는 물리

드디어 사진식각입니다. 1차 시리즈 9강에서 5단계 흐름으로 훑었던 그 공정인데, 오늘부터 두 강의에 걸쳐 제대로 파고들 거예요.먼저 이 공정의 위상을 숫자로 말씀드릴게요. 최신 팹 장비 투자액의 30~40%가 노광 장비입니다. EUV 한 대가 2,000억 원이 넘고, 팹 하나에 수십 대가 들어가요. 그리고 공정 스텝 중 노광은 세정 다음으로 많이 반복됩니다(마스크 60~80장 × 관련 스텝). 반도체 산업에서 "미세공정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는 사실상 노광 경쟁이에요.오늘 강의의 큰 질문은 이겁니다.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어떻게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걸 그릴 수 있을까?" 193nm 빛으로 7nm 패턴을 만들고 있다는 게 물리적으로 말이 되나요? 이 모순을 이해하는 게 3~4강의 핵심입..

[Series 3: 반도체 공정 심화] 2강: 산화와 세정 — 가장 수수해 보이는 공정이 승부를 갈랐다

1강 예고에서 말씀드렸죠. 오늘 주제는 예고편만 보면 제일 재미없어 보이는 조합이라고요. 산화는 "실리콘을 녹슬게 하는 것"이고 세정은 "설거지"니까요. 근데 오늘 강의를 다 읽고 나면 생각이 좀 달라지실 거라고 자신합니다.먼저 도발적인 질문 하나로 시작할게요. 게르마늄(Ge)은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도가 2배 이상 높습니다. 실제로 최초의 트랜지스터(1947년)는 게르마늄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왜 우리는 "실리콘 밸리"에 살지 "게르마늄 밸리"에 살지 않을까요?답이 오늘의 첫 번째 주제입니다.1. 실리콘이 이긴 진짜 이유 — SiO₂라는 기적실리콘을 고온의 산소 분위기에 노출시키면 표면에 SiO₂ 산화막이 자랍니다. 이 산화막이 얼마나 대단하냐면:절연성이 탁월합니다. 밴드갭 약 9eV, 절연파괴 전계..